[오현정]
누군가와 만나서 대화할 때 내가 여자임을 숨기려고 한 적이 있었을까? 스스로가 여자임을 숨기기 위해 노력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 이름이 중성적인 이름도 아닐뿐더러, 여자임을 티 내지 않기 위해 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거나,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게임을 할 때는 다르다. 최대한 성별이 드러나지 않는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잦다. 텍스트 대화는 상대적으로 거리낌 없이 사용하지만, 음성 대화 같은 경우에는 실제 친구들과 같이 게임을 할 때 외에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여성 게이머들이 게임을 할 때 자신이 여자임을 감추려 했던 경험담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게임(특히 PC 게임)을 즐겨하는 여자 친광림 주식
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성별을 숨기려 했던 경험은 꽤 쉽게 공감받을 수 있는 주제였다.
불쾌함을 피하기 위한 소통 차단
게임을 잘하기 위해 여러 강의나 영상을 찾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특정 장르의 게임을 할 때 강조하는 것이 '소통'의 중요성이다. 물론,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와 함께 플레이하며 소통하는 것을 권하는 게임(고영 주식
주로 AOS, FPS 또는 RPG 장르의 게임)에서 대화하지 않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렇게 게임 내에서 '정치질'(온라인 게임에서 팀의 승패를 누군가의 잘못으로 선동하여 몰아가는 행위)을 피하고자 소통 자체를 차단하는 경우가 흔하리라 짐작한다.
팀 게임에서 함께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해서 이기는 것만큼 짜릿투자분석
한 경험도 없겠지만, 반대로 모종의 이유로 나를 비난(이라고 쓰고 욕설인 경우가 많다)하려는 팀원을 만났을 때 겪는 불쾌함만큼 피하고 싶은 경험도 없다.
여자임이 드러났을 때 들을 수 있는 욕설의 종류와 수위를 생각하면, 그러한 위험 가능성을 지면서까지 음성 대화를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결국, 게임을 더 쉽고 재밌게 풀어 온라인릴게임
나갈 방법을 스스로 차단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나에게 '모르는 사람과 게임을 할 때 음성 대화로 소통해서 게임을 '잘' 해보기'는 하나의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게임 이용자들의 '사이버폭력 경험'
2024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는 전체 게임 이용자(n=8,076, 남성 4535명, 여성 3541명) 기준으로 사이버폭릴게임환수율
력 유형별 경험률을 조사했다.
'성차별'을 제외한 전체 유형에서 남성의 피해 경험률이 여성보다 높았다(성차별의 경우 남성 9.6%, 여성 15.1%). 전체 게임 이용자 중 피해가 있다고 응답한 피해 경험자(n=4,391)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경험률이 나온 항목으로 성차별(여성 34.0%, 남성 15.5%)이 있었다.
그 외 욕설(남성 87.0%, 여성 78.9%), 선정적인 메시지(남성 44.1%, 여성 50.3%), 원치 않는 쪽지/채팅(남성 44.6%, 여성 44.4%), 유언비어(남성 27.3%, 여성 17.0%), 의도적인 소외(남성 24.3%, 여성 20.3%), 아이템 강탈(남성 17.3%, 여성 12.6%), 스토킹/강제이동(남성 16.3%, 여성 11.8%), 사칭사기(남성 16.3%, 여성 10.0%), 신상정보 요구 및 유포(남성 15.4%, 여성 9.5%), 압박/심부름(남성 13.9%, 여성 8.7%)의 경우 남성의 경험률이 높은 경우가 많았으며, 일부 비슷한 정도로 겪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응답자에서 '피해경험 없음'의 비율이 남성 37.9%, 여성 55.5%로 나타났다. 최근 1년 이용한 게임 분야 1순위가 남성의 경우 모바일게임 (58.6%), PC 게임 (36.6%)였으나, 여성의 경우 모바일게임(81.3%), PC 게임(13.5%)으로 조사됐다[1].

보고서에서는 사이버폭력이 어떤 형태의 게임 분야에서 많이 발생했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다만, 다른 사이버폭력 유형과 다르게 성차별 항목에서만 여성의 피해 경험률이 남성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게 나온 것은 여성 게이머가 여성임을 감추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에 관한 이유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본다.










▲  여성 게이머들이 게임을 할 때 자신이 여자임을 감추려 했던 경험담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 Alena Darmel




게임산업 성평등 조직문화의 현재

2024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 조직문화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해당 하위 항목 중 성평등 관련 점수 조사가 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같은 항목을 조사하였는데, 그중 '음담패설이나 성적 농담, 외모 평가 등이 존재한다(46.6점, 23.9점, 12.8점)'와 '임금, 승진 등에 있어 성차별이 존재한다(51.5점, 26.2점, 17.0점)'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 해가 갈수록 점수가 낮아져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해당 두 항목은 점수가 낮을수록 부정적인 상태가 없음을 의미).
다만 '임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성희롱/성차별 예방교육을 실시한다(57.2점, 76.1점, 61.4점)'와 '성희롱/성차별을 신고하고 처리할 수 있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49.4점, 66.7점, 47.7점)'의 경우 2022년에서 2023년 사이에는 점수가 증가했다가 2023년에서 2024년으로 올 때는 감소했다.
따라서 해당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성차별적 직장문화나 조직문화는 과거에 비해 최근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고 보았다. 다만, '성폭력·성차별을 예방하거나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운영은 최근 오히려 약화된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고했다[2].
게임 또한 일종의 창작물 또는 예술 작품으로서 게임의 내용, 디자인, 구조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문화를 반영할 것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이러한 변화는 추후 게임 내 문화나 내용에 긍정적인 변화를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욕설, 여러 가지 차별, 폭력의 경험이 얼마나 우리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내가 나를 적극적으로 숨기는 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그간의 경험으로 확신하게 된 건, 게임을 더 잘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